로지코믹스
(버드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크리그토스 파파디미트이루 글 / 알레콬스 파파다토서, 애니 디도나 그림 / 전대호 옮김
랜덤하우스
p61
기하학은 실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성을 말입니다. 나는 논리학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확실하게 아는 즐거움을 경험했어요.
p87
드디어 오랜 적과 싸울 준비를 끝냈지요. 나의 오랜적, 가장 심한 비합리성, 광기와 싸울준비! 계몽된 정신으로 보니, 광기는 허약한 영혼들을 이성의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멀어지도록 잡아끄는 병이었어요. ...나는 자연에서 새로운 자유를 보았다. 나 자신의 막중한 짐을 내던지기 위한 자유.
p95
내가 갈망하는 것은 참된 앎이었다.
p118
독일 속담에 이런 말이 있네. 무언가 배우고 싶다면 여행을 하라!
p140
무한의 마법사 게오르크 칸토어를 만나러 가던 그날 아침에!...나는 항상 광기를 두려워했다. 광기가 위대한 정신을 덮친 것으 ㄹ보고 있자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게오르크 칸토어와의 만남은 적어도 한 가지를 일깨워주었다. 내가 나선 여행길이 위험할 가능성...길 곳곳에 정신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p158
수학자의 보물은 고맙게도 정신 속에 머문다. 그래서 잃어버릴 수 없다. 내게 이성이 있는 한, 나는 과감하게 전진할 수 있었다. 미지의 땅으로...산술을 지탱하는 어두컴컴한 토대로
p175
나는 평생동안 지식인의 정식한 행동을 많이 목격했지만, 나의 역설에 대한 프레게의 반응만큼 정직한 행동을 보지 못했다. 지식인의 가장 큰 용기는...진리를 다른 모든 것 위에 두는 것이다.
p207
러셀이 1+1=2를 증명하는데 왜 362쪽이 들었는지 에릭에게 한 말 기억나나?
정말 확실하게 증명하려면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지
아마도 러셀만큼 심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러서라도 확실하게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할 걸세.
p211
그 주인공들은 혼란스런실재를 명확한 지도로 환원했어요. 실재를 더 단순한 것들로 대체해 논리학이 더 자연스럽게 적용되도록!
단순할 수록좋다.
p220
나는 리허설 내내 넋을 잃고 앉아 있었어.
아이스킬로스의 대사들은 음울한 그리스 속담을 떠올리게 했네.
"행동하는 자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로지 고통을 통해서 배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궁금하더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논리학자들은 모순을 혐오하네..
하지만 자네가 신봉하는 비극의 관점에서 볼때 삶은 모순 어어리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묘하게도 <오레스테이아> 속의 분쟁들이...그날 저녁에 내가 저지른 사소한 오만이 죄를 일깨워주더군
내 말마따나 "지도가 나의 뉴런들에 각인되어"있어서..아테네의 한구역을 안다고 생각한 죄. 맙소사!
그뿐 아니라 이상하게도 내가 앤에게 지도제작자들과 우리가 창조하려애쓰는 이 로지코믹스의 주인공들을 운운한 것도 떠올랐지.
나는 이렇게 생각했네
프레게, 러셀, 화이트헤드는 확실히 훌륭한 지도 제작자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실재와 지도를 혼동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네의 주제인 광기에서 비롯한 논리학에 나름대로 공감하라 수 있다고 느꼈네.
p226
그리고 인생의 20년을 수학의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에 쏟아부었다. 내 나름의 이상주의로 진리의 대양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제 때가 왔다. 곧 <수학원리>가 출판되어 나의 노고를 세상에 알릴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마무리했다는 느낌에 지난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불편한 진실을 대면했다.
수학과 서투른 청혼을 제외하면, 나는 철저히 외톨이였다
나는 어항속 물고기처럼 세계와 격리된 채 틀에 맞는 것들만 주무르는 생활에 만족하면서 나의 지적이고 엄숙한 은신처를 방어하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인간적 차원에서 볼 때, 나는 끔찍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부터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우울한 꼬마에게 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요.
p232
나는 우리의 전문적인 논증들을 다듬는 일을 비크겐슈타인에게 맡기면서...순진하게도 그가 정확히 나의 요구대로 해주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진리의 본성에 관해 내가 암묵적으로 품어온 가장 기초적인 전제들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p234
나처럼 그 또한 끊임없이 모든 것을 분석했다. 그 버릇은 감성을 마비시킨다.
p238
에벌린의 눈에서 나는 우리의 운명을 강렬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보았다
모든 인간의 비극적 외로움
삶의 유한성과 근본적인 허무
고통과 질병의 무자비
조금도 은폐되지 않은 죽음의 공포
그러나 에릭에게 이야기하면서 나는 대안도 있음을 깨달았다.
구원..연민..사랑을 통한 구원!...
함께 사는 사람들의 행복에 새로이 관심을 가지면서 수학의 토대에 대한 나의 열정은 좀 누그러졌다.
나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강의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여러분 앞에서 하는 것처럼 고급 논리학을 인간사에 적용하려 애쓰는 강의
p421
민족주의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호전성이라는 세균은 전속력으로 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달했다.
p245
실재의 부분 각각이 기호로 대체되는 군!
그리고 기호들이 그것들 간의 실제 관계에 맞제 재결합하는데, 그 관계는 언어에 의해 매개된다.
언어는 모형에 불과합니다. 언어는 실재의 그림입니다.
p249
비트겐슈타인은 논리학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말을 세겨들었다. "당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데는 훌륭한 임사 체험만큼 유익한 것이 없다...
어떤 임무도 너무 버겁거나 너무 고되거나 너무 힘들지 않았다. ..아 특권층의 초연한 마조히즘!
바투 다가가서 보면 실재는 그림과 전혀 딴판이라는 점
이것은 실재가 감수하는 가장 큰 불리함 중 하나다. 그렇게 실재와 그림이 전혀 다름을 어떤 이론도 설명할 수 없다
죽음을 대면하는 순간 비트겐슈타인은 근본적인 깨달음에 이르렀다.
세계의 의미는 시계 속에 있지 않다.
까마득한 심연의 가장라지에 사람을 세워라.
비록 일어날 성싶은 일은 아니지만, 만일 그가 심연을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는 신비주의자가 되거나 광인이 될 것이고..
그것은 아마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p262
세계, 즉 사실들 전체를 기술하는 데이는 그림언어만 있으면 됩니다. 그럼, 논리학은?
논리학은 언어의 형식이에요. 철골 구조가 건물 속에 들어 있듯이 논리학은 언어 속에 들어 있어요.
하지만 철골 구조속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단지 논리학을 보여주는 것만 가능하다고요...
내일 눈이 오거나, 아니면 오지 않는다라는 진술은 어떤가? 이 진술은 공허한 형식이지만 완벽한 진리야
맞아요 하지만 내일의 날씨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진리죠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20년간 항진명제를 생산하는 기계의 존재를 정당화하려고 비지땀을 흘린 것이었다....
내 책은 언어의 한계를 따라서 생각의 한계를 설정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모든 한계 너머에 있어요.
어떻게 살 것이냐는 문제. 그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야기 할 수 없어요/].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전부 다 알아도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해하려연 한걸음 세계 밖으로 나가야만 해요,
언어도 없고 생각도 없다면 대체 무얼 어떻게 이해한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비트겐슈타인은 아전인수를 하고 있어. '모든 것은 항진명제'라는 투의 주장에서 형이상학적인 헛소리의 냄새가 나네!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논리학을 미심쩍게 여겼지만 그의 고결함은 진심으로 존중했다.
p270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다를 변화에 휩쓸렸다.
구세계는 괴물 같은 전쟁을 낳았으므로 구세계의 가치관과 그것을 구현한 예술은 파괴되어야 한다 라는 논증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
그러나 구세대의 종식으로 인한 공허가 두려웠다. 거침없이 밀려드는 비합리성이 두려웠다.
에이츠의 시는 나의 두려움을 완벽하게 대변했다.
"다들 산산이 흩어지고, 중심은 버티지 못하네..." "세상은 그저 무정부 상태"
p274
새로운 아내 도라는 나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행복에 관심이 있었다...
이 또한 사생활 이야기지만, 곧 그 관심을 공유할 사람이 한명 더 생길 참이었다.
철학은 내게 그러한 기쁨을 준 적이 없었다....
모든 기쁨이 그렇듯이 그 기쁨에도 불순물이 섞여 있었다.
p279
분명히 말하는데 논리학은 도구다. 빵을 자를 수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칼처럼!...
프레게의 망상은 다음과 같은 옛 속담의 악의적인 변형에 기반한 것이었다.
"나쁜 달걀로 좋은 오믈렛을 만들 수는 없다"
나는 프레게의 인종차별에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그와 마찬가지고 더 나은 세계를 꿈꿨다. ....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릇된 전제에서 출발한 논리는 사형집행인의 하녀가 될 수 있다.
프레게의 잔인한 이론들처럼 말입니다. 또는 바보와 손발이 척척 맞는 동료가 될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구부러진 인간성을 어떻게 펼 수 있을까요?
본능과 감정과 습관의 해악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떠오르는 대답은 하나뿐입니다.
아주빤한 대답, 바로 교육....
비트겐슈타인은 권위와 규칙을 강조한 반면에, 러셀은 권위에 철저히 반대했지.
하지만 둘다 현실에서 교육자로 성공하지 못했어.
두 사람 다 모든 걸 머리로 해결하려 하거든요...
그들은 감정이 두렵고 애매함이 두려워서 논리학에 끌렸을 지도 몰라. 그런데 이 두가지 두려움은 나쁜 부모가 되는 원인이거든..
p290
산술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산술에 토대를 둔 모든 체계도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입니다. (쾨델)
p296
내가 이론에 눈먼 채로 인간의 본성을 개조하려 애썼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인간성은 여전히 옛날과 똑같이 격정으로 가득찬 달걀이고 그 달걀에서 여전히 옛날과 똑같은 오믈렛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p298
공산주의와 나치주의는 둘 다 극단적입니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자유를 말살한다는 것이지요
...
좋습니다. 자유를 깔보는 호사는 자유를 이미 획득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 이교훈을 곱씹으십시오.
확실성의 모범인 논리학과 수학에서도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할 수 없다면 하물며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에서는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막론하고 인간사에서 완벽한 이성적 확실성에 도달하기는 정녕 불가능합니다. ...
여러분이 정말로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식의 적용은 정녕 불충분합니다.
...인정합니다. 가능한 대답이지요. 그것이 내 이야기에 대한 당신의 반응입니다. 당신. 오로지 당신만.
...아테나가 주는 교훈을 알겠지?
지혜를 성취하려면.. 통상 지혜가 아니라고 배제되는 부분도 허용해야 한다는 교훈.
..이제 더는 화내지 말고 자비로워지시오. 당신들의 자비로 이 도시를 축복하시오.
..이 도시에서 살인을 부르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복수가 피에 굶주린 전쟁을 촉발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풍요로운 땅이 행복한 수확을 불러오고
흙은 과일을 내어 시민들이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기뻐하며 찬양하기를 기도합니다.
시민들이 뜻밖의 행운을 주는 신 헤르메스에게 공물을 바치는 것을 잊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기뻐하고 기뻐하라
너희 행복한 시민들이여
참된 지혜를 사랑하는 이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