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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_법인-불광출판사

여행길 2017. 12. 12. 21:27

p13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고 기쁘구나. 눈 뜨며 보는 것 모두가 새롭네. 눈 뜨며 보는 것 모두가 기쁘네. 까만 하늘이 이렇게 기쁠수가, 새벽 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늘 보던 나무와 구름이 이곳에서 왜 이리 다시 보이고 아름다운 것이냐. 귀로 듣는 모든 것이 새롭구나. 기쁘구나. 잠을 깨우는 목탁 소리가 기쁘구나. 새소리 물소리를 듣는 일이 왜 이리 기쁜 것이냐. 이곳에서는 모든 일이 기쁜 일이 아닌 게 없구나. 잠자는 것도 먹는 것도, 벗들과 옹기종기 않아서 고구마를 먹고 말을 나누는 것도 모두 다 즐겁구나.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 지피는 일도 기쁘기만 하네"

 서툰 시이지만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가려지고 오염되고 막힌 감각이 회복되면서 늘 보던 하늘과 나무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가 본 하늘과 나무와 구름은 새롭고, 크고, 미세하고, 온전하고, 소중하고, 의미 있고, 감동적인 얼굴이었다. 그것은 결코 돈으로 값을 매기거나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이다. 수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부질없는 것을 쌓기보다는 내려 놓는 것, 빨리 가기보다 가야 할 길을 꾸준히 가는 것, 막히고 가려진 것들을 걷어 내고 온전한 감각을 회복하여 세상을 새로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수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