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_ 이지다노리코.2020. 황미숙 옮김.드렁큰 에디터

여행길 2021. 4. 12. 17:59

중요한 건 오해 자체가 아니라 오해 아래 깔려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오떤 오해들은 상대방이 나를 어떤 방식으로 보고 있는지, 혹은 보고자 하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별 생각 없이 sns에 올린 사진을 은근한 잘 난 척으로, 웃음을 비웃음으로, 실수를 고의로, 선의를 위선으로 끊임없이 오해한다....언젠가부터 오해를 받으면 오해에 담긴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본 후, 포기할 건 포기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더는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가져다준 해방감과 아껴준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물론 어딘가에서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을 세모꼴의 나에게는 건투를 빈다. 이흔비 '아무튼, 술' 저자

 

그래서 작가의 이름에서 자유로워지기로 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만든 감자조림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자가 a가 좋은 것 같은데요 하면, 속으로는 b가 더 좋다고 생각해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저도 a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며 동조했어요. 내가 그렇게 비굴했구나 싶어 돌이켜 보면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다보면 결국 티가 나게 마련이에요.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상대방에게 맞쳐서 '나도 좋아해'라고 아무리 말해본들 정말로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한, 불이 붙어서 활활 타오르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 소모됩니다. ...주변 환경에 나를 맞추는 카멜레온 체질에서 벗어나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온전한 모습의 나를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이해받는 일이기도 했어요. 거짓말을 하면 언제까지고 진정한 나를 이해받을 수 없잖아요. 그러면 자연히 괴롭고 마음이 지칠 수밖에요....지금은 눈을 감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나는 이 둘 중에서 뭘 더 좋아하지? 왜 나는 이게 더 끌릴까? ...그렇게 진정한 나로 살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가는 일,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어 신기할 따름입니다. 

 

나의 부탁으로 상대방의 경험과 시간도 조금 더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과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일치하게 되는 것. 그렇게 서로 부탁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그런데 누가 무엇을 잘하고,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일단 한번 부탁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그러니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서둘러 주위를 살펴보고 편한 마음으로 부탁해보세요. ...혼자서 애쓰지 않아도 돼요.

 

우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아보세요...

 

의지의 힘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주위의 환경을 갖추고 자연스레 나의 힘을 헛되지 않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돼요. 음식은 그런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내 몸과 마음의 쾌적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뭐가 되었든 좀 잘해줄 마음이 생긴다. 

일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난 사실을 자주 느낍니다. ...체력이라는 토대가 없으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테나의 감도를 높이는 것도, 거기서 무언가를 느끼는 유연한 마음도 키울 수 없는 법이지요.

 

애써서 하는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두근거리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결심이 아니라 만남이라는 사실입니다.

 

매주 다도의 날이면 방금까지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일상의 뿌리를 억지로 빼내듯이 다도교실로 간다고 해요. 우선 '형태'가 있어야 하니, 먼저 그 '형태'를 만들어두면 거기에 차차 '마음'이 들어간다는 것.

 

무언가를 그만두는 일은, 못 하겠다며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건 전혀 잘못이 아니라는 걸 나이가 들고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끝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인생 후반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기 보다는 가볍게 내려놓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