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멋진 신세계

여행길 2020. 9. 15. 22:05

지칠 줄 모르는 호색가였고, 위원회의 우수한 회원이며 사람들과 지극히 잘 어울리는 이 남자는 운동과 여자와 단체 활동 따위가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는 인식을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는 다른 무언가를 추구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일까? 무엇일까?

 

"당신의 내면에서 밖으로 나올 기회만 기다리는 무엇이 존재한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힘이랄까, 아시잖아요, 발전소에서 터빈을 통과하지 않고 폭포처럼 그냥 쏟아지는 물 같은 것 말입니다"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난 보고 싶어요" 그가 고집을 부렸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마치..." 그는 자신이 느끼는 바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어휘를 찾느라 잠시 머뭇거렸다.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이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훨씬 더 나다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토록 철저히 어떤 다른 존재의 한 부분이 되기보다는 진정으로 나 자신다워진다는 거죠. 사회적인 집단의 세포 하나가 아니고요. 당신은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나요. 레니나?"

 그러자 네니나가 울음을 터뜨렸다. "무서워요. 무섭다고요" 그녀가 자꾸 되풀이해서 말했다. "사회 조직의 한 부분이 되기 싫다는 소리를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요? 누가 뭐라고 해도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서 일하잖아요.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우리들은 살아갈 수가 없어요. 심지어는 엡실론들까지도..."

 "그래요, 나도 알아요" 조롱하는 어조로 버나드가 말했다. "앱실론들까지도 다 쓸모가 있어요 란 애기잖아요! 나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지만 난 정말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요!" ....

"당신은 자유롭게 싶지 않나요, 레니나?"

"난 당신 애기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나는 자유로워요. 지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자유를 누리며 살죠.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해요"

그가 웃었다. "그럼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죠.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레니나? 예를들면 모든 사람읭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열세 살 때부터 열일곱 살 때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500번 반복해서 들었던 말이로군요" 버나드가 혼잣말처럼 짜증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하셨나요?"

"발전이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랬어요.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진심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보호 구역으로 가서는 안 되죠"

"하지만 난 진심으로 가고 싶어요"

"그렇다면 좋아요" 버나드의 말을 거의 위협에 가까웠다.

 

"과거가 어떻든 앞으로가 어떻든지 간에 이것저것 따져봤자 골치만 아파져요" 그녀가 말했다. "소마 1그램이면 그런 걱정은 다 없어진다니까요"

결국 그녀는 소마를 네 알이나 삼키도록 그를 설득했다. 5분후에 근심의 나무에서 원인의 뿌리와 결과의 열매들이 사라졌고, 현재의 꽃만 장미처럼 활짝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