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7첩 반상(성소은, 판미동)
p 118
무위란 물론 '행위가 없음 non-action'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무위도식하거나 빈둥거린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무위란 보통 인간사에서 발견되는 인위적 행위, 과장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남을 의식하며 남 보라고 하는 행위, 자기 중심적 행위, 부산하게 설치는 행위, 억지로 하는 행위,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등 일체의 부자연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뜻이다.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natural 너무 자발적 spontaneous이어서 자기가 하는 행동이 구태어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 행동, 그래서 행동이라 이름 할 수 도 없는 행동, 그런 행동이 바로 무위의위 '함이 없는 함'이라는 것이다.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마음에 앞서 손이 절로 가고, 발이 절로 움직이는 자연스런 행동이다. ...마치 부드럽기 그지없는 물이 티내는 일 없이 만물을 길러내는 것과 같다. '도덕경' 43장이다. ...
이 궁리 저 궁리해가며 억지로 애쓸수록 그르치기 십상이다. 어설픈 꾀를 내려 놓고, 저절로 되는 하늘의 이치에 턱 맡겨 볼 일이다.
p120
물들이지 않은 명주의 순박함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
나 중심의 생각을 적게하고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
밍규르 린포체에 의하면 욕심을 버리고 변함없는 행복에 이르기 위해서는 3가지 실천단계가 필요하다.
귀 기울여 듣기, 참구하기, 명상
..귀 기울여 듣기는 새로운 사실이나 생각을 듣고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배움의 첫 단계는 의미있는 듣기에서 시작한다. 낯선 것에 대한 관용과 열린 자세가 새 문을 연다. 실천의 두번째 단계는 참구해 보는 것이다. 귀 기울여 들은 것이 어떤 뜻인지 깊이 들여다보고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던져 보는 일앋. ...
명상의 시작은 판단없이 그저 바라봄이다. 정직한 바라봄을 통해 지식이 아닌 각성이 이끄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
내 방식의 삶을 살고,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도록 두자...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은 이러한 삶을 위해 '거짓 나'를 줄여 가는 것이다.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나,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작은 나, 인색한 나, 만족을 모르는 나를 넘어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순전한 나로돌아가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나와의 만남이다.
p124
배움의 길은 이렇듯 습득하는 과정이지만 도의 길은 매일 덜어내며 가는 매 순간의 완성이다. 하루하루 없애 간다는 것이 무언가? 노자는 " 도를 생각하면 날마다 작은 나를 여의게 된다"고 말한다...장자에 나오는 '마음 굶김' 앉아서 잊음' '작은 나를 여윔'과 그대로 통한다. 성경의 가르침도 예외가 아니다. 변하고 사라질 몸을 위해 구하고 찾지 말고, 변치 않고 영원한 하늘의 큰 뜻을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이 구하는 것이다.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하루하루 없애 간다는 것은 낮은 지식으로 잔뜩 쌓아 두었던 현상에 대한 온갖 개념과 이분법적인 견해들, 좋고 싫은 감정들을 매일 지워 가라는 의미다. 고착된 알음알이들을 한 개 한 개 지워 감으로써 생각의 걸림돌들이 치워지면 '도'의 본향에 다가가는 것이다. ...
자기 육신의 죽음을 지켜 볼 수 있는 것이 정신이다.
p136
경 자체에 본래 이름 따위 없어라
이를 받든다 한들 손짓 발짓과 소리 아니니
내 마음 상 없는 이치 알고 나면
이것이 진정 금강경이네
p145
여기서 '허망'이라는 말은 단순히 헛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변하고 인연이 다하면 결국엔 거품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다.
형상 중에 가장 허물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나라고 하는 상, 곧 인식이다.
..금강경은 우리가 지닌 '나'라고 하는 생각을 네 가지로 쪼개어 살핀다. 첫째는 자아에 대한 개념으로 '나'라고 하는 아상 ego entity, 둘째는 '나는 사람이다'라고 하는 인상personality, 셋째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고 하는 중생상 living being, 넷째는 '나는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수자상 seperated individuality으로 삶과 죽음을 분리하는 제한된 인식..이렇게 나와 남, 부처와 중생, 사람과 동물, 삶과 죽음으로 분리하고 한정하는 생각을 여의면 통합되고 하나로 연결된 실체로서의 나와 만물의 '그러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p173
행위의 결과에 대한 모든 욕망을 단념하는 것이 무행위, 아카르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크리슈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포기하고 자아의식을 포기하려면 헌신적인 믿음과 사랑으로 자신을 신에게 완전히 내맞기라고 한다.
p187
이렇게 마음이 혼란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집착이다. 집착이란 감각들이 감각의 대상과 만날 때 시작되고, 탐욕과 욕망으로 변하고, 더 나아가 노여뭄으로 치달음으로써 괴로움을 낳는다.
p215
헐벗은 사람, 매일 곁에서 부대끼는 사람, 심지어 곱게 보이지 않느 사람마저 내 몸 아끼듯 귀하게 알고, 정중히 대하는 것이야말로 한울님을 만나는 첩경이 아닐까?
사람이 하늘이다...
느리고 천천히 살아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