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치유식당
심야치유식당
하지현_푸른숲_2011
p38
'잠을 못 잘 것이다'라는 굳은 믿음의 해결은 '넌 잘 수 있어'라는 위로나 암시가 아니라 '너는 자면 안 돼'라는 정반대 방향의 명령으로 풀 수 있다. 역설적인 방법으로 특히 민수와 같이 강박적이고 논리적이며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은 성격의 사람에게 성공적이다. ....
강박의 특징은 정서를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사고에 골똘하는 것은 바로 억압하고 있는 내재적 무의식적 정서가 의식으로 치고 올라와서 자아를 집어삼킬까 봐 두려워 이성을 적극적인 방어기제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p64
최고의다. 보상은 인간관계의 친밀함 속에서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의 품안에서 안전함과 하나됨을 느끼는 그 원초적 경험. 그런데 어른들의 인간관계에서 그 감정을 다시 경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바쁜 도시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어렵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그가 있어준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가 되기까지는 관계의 숙성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의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색함을 이겨야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려야 한다.
p73
풍선의 바람을 적당히 빼지 않은 상태에서 한쪽을 누르면 결국 또 다른 약한 곳이 튀어나올 뿐이다. 그러므로 풍선이 차오르지 않도록 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나쁜 습관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지름길이다. 삶을 꽉 채워서 살지 않도록 하는 것, 70 퍼센트 정도만 채우고 약간의 여유를 의도적으로 두려고 하고, 삶의 주도권을 갖는 것만큼 스트레스 경영에 중요한 것은 없다.
p77
쉽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없다. 대신 일희일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묵묵히 내 페이스대로 가려는 것이다. 친구의 성공, 연애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는 약간 느리다 싶은 호흡과 속도로 가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고 보지 않을 것이다. ..
p100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하사시의 서재에는 이런 글이 책상 위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
p103
프로이트가 말했따고, 환자의 정신 역동에 대한 설명은 치료가 끝나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치료과정에서 끝없이 가설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 물론 그렇지만 처음 세운 가설의 파워는 무시할 수 없어.
p107
사람은 해야 하는 것하고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면서 살아요. 해야 하는 것만 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p112
상진의 버자이나 덴타타 환상은 부인의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변화, 자존감의 회복을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사회가 인정하는 성공이 자존감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다. 남이 나를 바라보는 삶은 밖에서 끊임없이 연료 주입을 받지 않으면 자존감이라는 엔진이 지속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최고의 솔루션은 자가 발전이다. 생겨먹은 대로, 성질대로 살면서 만족 할 수 있는 삶, 살아 있다는 생동감ㅇ르 매일 느낄 수 있는 삶,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오늘이 시작되는 구나'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경험할 수 있는삶, 남들이 볼 때 멋져 보이는 삶보다 내가 재미있고 즐겁고 나를 신나게 하는 삶이 진정한 자존감의 원자로가 될 수 있다.
p114
하나의 부정적인 사건이 인간의 마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무려 다섯 번의 긍정적인 사건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할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라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사건을 과장해서 왜곡하거나 확대 해석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우리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고. 방치해두면 마음은 부정적인 기억의 잡초들로 가득 차버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잡초를 뽑아내고 그 위에 다른 긍정적인 기억과 경험이라는 꽃을 심고 물을 줘서 가꾸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인 인간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다.
p141
징크스는 그 기억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뇌의 저장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은 그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소원앋. 그런 바람을 가지면 가질수록 일반적 기억은 정서적 기억으로 강하게 전환되어서 아무리 씻어도 씻겨나가지 않는, 돌 위에 새겨진 기억이 되고 만다. 하지만 기억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나, 다른 기억으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다. 아니면 그 기억의 중요성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기억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사건을 기억의 다용도실 찬장 안에 깊이 넣어두는 것이다.
녹음 테이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녹음테이프 위에 다른 음악을 녹음해서 전에 녹음한 내용에 다른 음악을 덧씌우는 건 가능하다. 징크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새로운 좋은 버릇, 혹은 징크스를 만들면 된다. ...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길이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법이다. ..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고, 거기에 가면 반갑게 맞이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가족도, 어릴 적 친구도 아니지만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한 잔의 술과 멋진 음악을 들으며 릴렉스 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억울할 따름이다. ...여기서 밥을 먹는 것으 아니지만, 옛날에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나눠 먹듯이 술 한잔 하면서 떠들다 보면 어느새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됐다. 해결책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지만 그냥 여기서 나가고 나면 다음 날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느 용기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든든했다. 마음이 춥고 배고플 때 갈 곳이 있다는 것. 거기에는 누군가 항상 있다는 믿음이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의 힘은 그만큼 크다. 어느 한쪽 편도 아니, '너와 나'가 아닌 '우리'로 만나는 이곳
p166
넘어질까 봐 무서워하면 배우기 힘든 기술이에요. 머리로 이해하려 해서는 절대 배울 수 없어요. ....
설 줄도 알아야 달리는 게 쉬워져요...
머리만 쓰던 사람에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거꿀로 잘 먹히지 않는 수가 있다. 이미 자기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써왔기 때문에 철주가 무슨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더라도 "이미 저도 그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이런 유형에게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이 의외로 짧은 시간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다. 거의 사용하지 않던 부분이 취약해서 신천지 일 수 있다. 동우에게는 그게 몸의 감각이다. 우리가 아기일 때 세상을 처음 배운 방식 그대로 몸으로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인생은 봉우리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더 높은 봉우리, 봉우리의 연속, 그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가끔은 멈춰 서서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주변 경관도 찬찬히 즐기고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멍 때는 시간도 필요하다. 10분정에 제치고 올라왔던 사람이 내 앞을 지나치더라도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페이스가, 내게는 내 페이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또 꼭 끝까지 올라가야만 등산은 아니라는 것, 지겨우면 멈춰서 놀다가 내려와도 되는 것이 등산이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p173
파도랑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게 두세요. 파도의 흐름을 타는 거예요. 그 흐름에 몸을 맡기세요....
내려놓는 거예요.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몸을 맡겨보는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맞서 싸우려다 보면 부서져버려요.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리더십 책들은 강해져야 한다고, 위대함 그 너머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를 부추겨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컵에 물을 꽉 채우려면 물이 넘쳐야만 해요. 낭비가 발생하고 바닥이 젖는 피해가 생기는 거죠. 그런 희생 없이는 완벽한 한 잔은 만들어 지지 않죠. 완벽에 집착하니까 무리를 하게 되고 현재에 만족을 하지 못해요...
그냥 되는 대로 하는 거예요. 꼴리는 대로 살겠다고 마음먹어야 겨우 조금 바뀌어요. 의식적으로 바꾸려 노력하면 더 어려워요.
p181
철주도 그랬다. 한쪽으로만 달려가던 인생이 어느 순간 역풍으로 뒤집어지면서 숨이 막혀버리는 경험을 했다. 구조를 요청했지만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네가 좋아서 하던 일이잖아"라고 말할 뿐이었다. 철주는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자신도 커다란 조직의 나사나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기가 빠져나가도 바로 뒤에서 기다리던 다른 나사를 끼워 넣으면 기계는 차질없이 돌아가리라는 것을. 배신감이었을까, 모든 것을 놓게 된 것은? 철주는 자기애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숨이 턱까지 차올라와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아무도 그 짐을 나눠지려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제 그 정도가 너의 한계냐는 말만 들었다. ...
'계급장을 떼고 내 이름으로 승부한다면 나는 무엇일까?'
어디교수, 누구아들, 어느 학교 졸업색이라는 명함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침내 그의 결론은 모든 걸 내려놓는 것이었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사는게 재밌다.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p209
집중을 하고 즐기는 사람의 표정은 자기 일을 완수하려고,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p220
이제 철주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우진의 결정을 존중하고 뒤에서 응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겠다거나,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방향과 목적지, 중간에 들를 곳까지 세세하게 알려주겠따는 건 아니다. 그냥 뒤 혹은 옆에서 같이 가면서 말벗이 되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
p249
버나드 쇼가 이렇게 말했죠. 세상이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기적인 병이다. 왜 행복을 소비하려고만 들고 생산 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p251
프로이드는 우울증은 자신을 향한 공격성이라고 했다. 무의식적 공격성이 타인을 행해 투사되 않고 자신을 향하게 되면서 자신을 파고들어가서 파괴해버릴 정도로 공격을 해대는 상태, 그래서 내가 나를 공격하고 또 그 공격을 내가 방어하는 내란으로 소진되어버린 상태가 우울증 환자의 모습이라고 했던 것이다. ...
기회가 왔을 때 손을 내밀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회복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누군가 던져준 로프를 양보하고 혼자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만 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p256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레이더 감도는 최고조다. 무시하고 넘어가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도 될 타인의 시선과 행동, 사소한 말 하나하나를 의미 있는 것으로 포착해 해석한다. 그리고 그 신호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반응을 준비하낟. 그러니 인생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대범한 사람은 비중이 큰 일들만 마음의 레이더에 포착되도록 세팅을 해놓는다. 그 외의 일은 아예 정보로 취급하지 않는다. ...거절당하는 낭패를 보느니 차라리 혼자 힘들게 일하는 게 낫다고 여긴다. 이런 식의 삶은 피곤하다.
p260
안타깝지만 사람은 잘 안 변해요. 그게 문제죠. 기본적으로 외부의 인정이 있어야 움직이기 시작해요. 우주 소년 아톰처럼 가슴에 원자로가 탑재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마도 관성을 잘 이용해서 재빨리 응달을 통과하는 것, 또한 좋은 배터리를 장착해서 달리는 동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추운 응달과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해놓는 거예요. 심리학 용어로 그런 배터리를 자존감이라고 하죠.
p269
누구랑 얘기를 나누면 흐릿하던 것들이 정리가 되고 갑갑한 것이 풀리며 후련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남에게 얘기하는 것만큼 나도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고, 그의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어떤 날은 수지타산에서 맋미한 감정의 적자를 보는 날도 생기게 된다. 그에 비해 혼자 있다가 가는 날은 혼자서 천천히 상념과 잡생각들이 알아서 빠져나가게 둔다. 마치 건물 옥상의 물탱크를 청소하듯이. 시간은 걸리지만 이렇게 물을 한번 빼주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p305
정신과 의사는 우월하거나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의사가되려는 무의식적 동기 중 하나는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있는 전능한 존재가 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듯이 지난 몇 년 전까지 철주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하지만 그도 삶의 한계에 부딪혔고 남들보다 조금 먼저, 정신없이 뛰어가던 트랙에서 벗어났다. 그의 변신은 충격요법이었지만 철주는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진료실을 벗어났지만 그가 가게를 열고,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가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백 점짜리 답안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보다 작은 변화의 시작, 발상의 전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하루의 깨달음이 그날 하루로 끝나지 않도록 피드백을 하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다스릴 수 있는 작은 공동체의 형성, 뒷받침을도 그들의 삶에서 차선책으로 증상을 선택할 정도의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 여긴 것이다. ...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뼘의 여유 공간을 주고, 진료실이 아닌 밖의 공간, 훨씬 자유로운 환경에서 삶 전체를 바라보며 조언해 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숨이 턱까지 차올라오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는 그대로 가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둘러보고 작은 변화를 줄 곳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