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것 가지_오츠 슈이치
P26
당연한 이야기지만,
냉리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은 후회가 적다.
죽음을 염두에 둔 사람은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열심히 살아간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순간순간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실제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
선생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환자도, 아주 드물지만, 분명히 있었다.
P55
"고맙다고요?"
"네, 고맙다더군요. 동생과 오래도록 옛날이야기를 했어요. 마지막에 고맙다는 인사까지 듣고...선생님, 저는 정말 기쁨니다."
몇 시간 후 Y선생은 눈을 감았다. 까칠하고 괴팍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선생은 어쩌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잘 몰랐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마지막 순간 형의 사랑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숨을 거둔 그의 얼굴은 마지막 숙제를 다 마친 아이처럼 평온하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고마워"
후회없는 마지막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P58
우리는 참고 견디는 인내의 인생을 존경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런 인생을 강요하는 사회에 세뇌 당해온 것은 아닐까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생을 갈망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본 나로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산다는 것이 결코 사람의 도리에 벗어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남의 눈치만 살피며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긴 사람들이 훗날 죽음을 앞두고 가슴 치며 후회하는 광경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고 마음이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른 인생은 세상의 잣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자유로운 삶은 존경을 받지는 못하지만 사랑받는다. 그리고 상쾌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일생은 '앗'하는 순간 지나간다"
나 또한 아직 마지막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말이 지니는 진정한 무게를 가늠하기느 어렵다. 그러나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모두가 비슷흔 말을 남긴다.
"인생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네요"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했는지, 혹은 하고 있는지 여유를 내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저마다 인생의 지향점은 다르다....중요한 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이는 짓을 그만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당신은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혹시 지금 당신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으면서 오직 타인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가끔 사고를 칠 때도 있지만 덕분에 무조건 참는 일로 받는 스트레스는 없다. 내 마음을 내가돌본다고 할까?
주위를 둘어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두가 성실하다. 시간에 쫓기고 부족한 잠에 허덕이면서 해방구 하나 없는 하루를 보낸다.
보이지 않는 족쇄로 자신을 꽁꽁 옭아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좋은 사람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반대로 악랄할 파렴치한은 오래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
방종이 아닌 진정한 자립을 바탕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사람은 강하다. 마음의 방에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창문을 활짝 열고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나는 그저 성실한 바통 주자에 불과했구나"
물론 삶의 중요한 임무는 손에 꼭 쥔 바통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대대손손 전하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어떻게 달릴 것인지, 다음 주자를 얼마나 고무시킬 것이지를 생각하면서 가슴을 펴고 바람을 한껏 맞으며 전력투고해볼 생각은 없는가?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길 자체다.
그렇다고 질서를 파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인생에는 필연적으로 역풍이 따라온다는 사실 역시 각오해야 한다. 지도조차 없는 초행길이라면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은 불 보듯 뻔하다....
바로 지금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하고 싶은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하자. 시간은 영원히 남아 있지 않다.
p77
선행과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장담하건대 당신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인생에서 백전백승을 외쳐도 죽음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게 인간이다. 그렇지만 생의 마지막을 패배가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면 죽음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얄팍한 처세가 아니라 타인에게 진심으로 너그러웠던 사람은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 자기 자신에게도 한없이 너그러울 수 있다. 삶에서 진정으로 베풂을 실천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간을 사랑하며 자비를 실천한 환자를 나는 많이 알고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는 나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다. 남에게 한없이 베풀며 살았던 사람들은 후회를 넘어선 곳에 우뚝 서 있었다. 따뜻한 마음이 아마도 그들을 그곳으로 인도했으리라.
p86
크든 작든 우리는 저마다 가슴에 꿈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많은 꿈 중에서 실제로 이룬 꿈은 얼마나 될까? 젊을 때는 자신 앞에 무한한 가능성과 시간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고 원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더 작아지고 그것마저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는 꿈과 함께 작아지고, 하늘을 찌를 듯 드높았던 자신감은 어느샌가 자취를 감춘다. 어쩌면 달콤한 꿈을 이루기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은 너무 가혹한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슴에 꿈을 품고 있는한, 그 꿈을 성취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포기한다면 그 순간 소중한 꿈과는 영영 멀어진다.
마지막 순간에 가슴을 후벼 파는 후회는, 이루지 못한 꿈이나 이 룰 수 없덨던 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니다. 한 우물을 오래 파다보면 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진실인 것이다.
물론 평생 동안 꿈과 열정을 품고 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그렇게 늙어갈수록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도 조금씩 줄어든다. 이런 잔인한 현실에서 꿈과 열정을 끊임없이 간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많은 장애물에 부딪치면서도 저 멀리 빛이 있음을 믿고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쫓는 사람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
꿈과 열정이 없다면 인간은 단순히 생명을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사람이 태어나서 짝짓기를 하고 자손을 남기는 일, 또는 살기 위해 먹고 자는 일은 생물의 기본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본능에만 충실한 행동은 인간다운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생물의 원초적 본능을 훌쩍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 이를테면 꿈과 희망을 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간절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그 소망을 천천히 데우는 정성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p92
"죽음을 앞두고 생각하면 울고불고 화낼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매사에 너무 많이 걱정하고 늘 마음을 졸였던 것 같아요. 지금 같아서는 세상사를 좀 더 여유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젠 늦었지요"
"누구든지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란 쉽지 않죠"
"맞아요.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태어나듯 똑같이 죽기 마련인데,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한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나도 그 사람도 다 떠날 텐데요. 남을 시샘하거나 욕을 해봤자 전부 부질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요"
"......"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모두 평등하게 세상을 떠나 흙으로 돌아가겠죠. 이 진실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그동안 훨씬 마음 편하게 살았을 거예요. 사소한 일에 그렇게 아등바등하지도 않고, 너무 걱정하지도 않으면서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고 시종일관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죽음을 앞에 둔 환자인 C는 나에게 사소한 것에 마음을 다치지 말고 흐르는 시간의 강물에 감정을 흘렵내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당부는 사소한 일을 두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나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한번 흔들리게 되면 냉철하게 생각하고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희로애악을 표현하며 사는 삶이 결고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세상만사에 마음이 흔들리고 요동친다면 평생 폭풍의 한가운데서 지내야 할 것이다. ...
화내고, 울고, 웃어도 인생의 시계는 흘러간다. 어차피 흘러가고 지나가는 게 인생이라면 좀 더 웃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P101
그러니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건강할 때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라도 찾아가야 한다.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놓쳐버린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일기일회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찾아와주기를 바라지 말고 직접 만나러 가라. 한번의 만남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최고이자 최선의 방법이다.
현재는 영원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도 다음 순간에 밀려 과거가 되고 만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그 흐름을 타고 세상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조금씩 변해간다.
P117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맞다. 젊고 건강할 땐 자신이 원하면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다. 나도 건강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라도 갈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어떤 짐이라도 질 수 있는 단단한 어깨가 영원하리라 여긴다면, 안타깝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누구에게나 병은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P133
세상은 고통과 고뇌로 넘쳐난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수없이 많은 장애물과 부딪치는데, 이런 팍팍한 현실을 놓고 보면 인생은 고통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한편 살아 숨쉬는 동안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도 있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때가 그렇다.
여러가지로 아직 미숙한 나는 깨달음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생과 사는 참으로 경이롭다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기 때문에, 절대 선 혹은 절대 악으로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행복의 정점을 지나면 다음에 오는 손님은 불행이고, 반대로 불행의 밑바닥에 있다면 그 후에는 행복이 찾아온다. ...
삶이란 어쩌면 고통일지 모른다. 물론 병원은 아프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지만, 병원에서 일주일만 지내다보면 자신의 삶만 유독 팍팍한 것은 아니라는 세상의 진리를 뼈져리게 깨닫게 된다. ...
더욱이 건강할 때 확고한 철학을 갖고 살아간다면,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행복한 마무리도 지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p149
영양도 중요하지만 먹는 즐거움이 배제된 식사는 식사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
일단 병에 걸리면 건강할 때와 똑같은 식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니 건강할 때 진짜 좋아하는 음식을 즐겨라. 그리고 그 시간을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나눠라. 그것이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다.